◉ [책소개] 『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
이 책은 인생에 대한 무명씨들의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에 이어 새롭게 엮은 것으로서, 새와 나무, 대지와 꽃, 벌레와 바람에 바쳐진 "자연에 대한 잠언 시집"입니다. 약 3백권에 이르는 외서 중에서 77편을 가려 뽑았으며, 그 중 단 한 하나도 시집에서 뽑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음은 류시화 시인이 서문을 대신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어떤 사람이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그는 흙을 가져다 붓고
자신이 좋아하는 온갖 아름다운 씨앗들을 심었다. 그런데 얼마 후
정원에는 그가 좋아하는 꽃들만이 아니라
수많은 민들레가 피어났다.
민들레는 아무리 뽑아도 어디선가 날아와 또 피어났다.
민들레를 없애기 위해 모든 방법을 써 봤지만
그는 결국 성공할 수 없었다.
노란 민들레는 다시 또다시 피어났다.
마침내 그는 정원 가꾸기 협회에 전화를 걸어 물었다.
어떻게 하면 내 정원에서 민들레를 없앨 수 있을까요.
정원 가꾸기 협회에서는 몇 가지 방법을 알려 주었다.
하지만 그 방법들은 이미 그가 다 시도해 본 것들이었다.
그러자 정원 가꾸기 협회에서는
그에게 마지막 한 가지 방법을 일러 주었다.
그것은 이것이었다.
'그렇다면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세요.'
▣ 『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 / 류시화 옮김 / 나무심는 사람 / 1999년 4월 20일 초판 1쇄 발행.
◉ 내용 보기
[1] 가치 - 에바 스트리트마터
삶에서 진정으로 값진 것들은 모두 값이 없다네.
바람과 물, 그리고 사랑처럼.
삶을 값진 것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모든 값진 것들에는 값이 없다면.
그 답을 우리는 어릴 적 가난한 시절에 배웠네.
어릴 적에 우리는 그냥 모든 것을 즐겼다네.
공기를 공기의 가치에 따라,
물을 하나의 생명수로서,
또한 탐욕이 깃들지 않은 사랑을 우리는 기꺼이 받아들였네.
이제 우리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삶에 이끌려가고
정신없이 시간을 들이마시고 있네.
우리는 바삐 움직이며 물 대신 술을 마신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이유로
서로에게 의무와 무거운 짐을 지운다.
그리하여 삶은 그것을 너무 값싸게 여기는 이들에게
너무나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네.
[2] 아무것도 아니라고 - 글로리아 푸에르테스
새들은 내 두 팔에 둥지를 튼다.
내 어깨에, 내 무릎 위에
내 젖가슴 위에
메추라기가 있다.
그들은 나를 나무라고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다.
백조들은 나를 연못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내게로 날아 내려와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물을 마신다.
양떼는 걸어서 내 위를 지나가고
참새들은 내 손가락에 앉아서 먹이를 먹는다.
개미들은 나를 땅이라고 생각한다.
오직 사람들만이
나를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생각한다.
[3] 사라지는 것은 없다. - 루디야드 키플링
우리보다 먼저 죽은 자들
그들은 돌아오리라.
다시 돌아오고야 만다.
붉은 지구가 돌고 도는 한.
나뭇잎 하나
나무 한 그루조차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하물며 영혼이 덧없이 사라지겠는가?
[4] 먼저 가르쳐야 할 것 - 조안 던컨 올리버
나는 내 아이에게
나무를 껴안고 동물과 대화하는 법을
먼저 가르치리라.
숫자 계산이나 맞춤법보다는
첫 목련의 기쁨과 나비의 이름들을
먼저 가르치리라.
나는 내 아이에게
성경이나 불경보다는
자연의 책에서 더 많이 배우게 하리라.
한 마리 자벌레의 설교에 더 귀 기울이게 하리라.
지식에 기대기 전에
맨발로 흙을 딛고 서는 법을 알게 하리라.
아, 나는 인위적인 세상에서 배운 것도
내 아이에게 가르치지 않으리라.
그리고 언제까지나 그를 내 아이가 아닌
더 큰 자연의 아이라고 생각하리라.
[5] 해바라기의 묘비명 - 함형수(1916~1946)
내 무덤 앞에는 그 차가운 비석을 세우지 말라.
내 무덤 앞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 긴 줄기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화려하던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라.
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오르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