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 시집은 인생에 관한 잠언 시집으로서, 류시화 시인이 13년 동안 하나씩 둘씩 가려 뽑은 좋은 시들을 편집한 것입니다. 인디언에서 17세기 어느 수녀, 유대의 랍비, 회교의 신비주의 시인, 걸인 등 한 가지 일에 평생을 바친 무명씨들의 살아온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정호승님과 안도현님의 글로 소개를 대신합니다.
[정호승] 아, 내 인생이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그때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텐데 하고 아무도 없는 골목 모퉁이에 쭈그리고 앉아 혼자 후회의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다. 나는 이 잠언 시집을 읽으면서 그날 흘린 나의 외로운 눈물을 위로받았다. 그리고 앞으로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 무엇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지도 깨닫게 되었다.
당신은 이 시집을 통해 당신의 인생을 사랑할 수 있다. 당신의 인생이 그 얼마나 위대한 것이며, 얼마나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시집은 하루하루 상처받고 사는 우리들에게 주는 시인들의 크나큰 선물이다. 시를 이해한다는 것은 진정 인생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안도현] 깊은 강은 물결을 속으로 숨기고 흐르는 법이다. 이 시집에 실린 시들을 따라 읽다 보면 깊은 강물의 호흡이 느껴진다. 꾸밈 없는 리듬, 옆사람에게 조용히 읊조리는 듯한 어조, 난해하거나 모호하지 않은 언어들이 소리없이 흐르는 것 같다. 만약에 인생의 본질을 꿰뚫는 한 마디 잠언에 마음을 적시게 되거든 그 페이지를 반드시 접어둘 일이다. 그렇다. 다시 펼쳐 읽고 싶은 시 한 편 때문에 우리는, 또, 살아사는 거다.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류시화 옮김 / 열림원 / 1998년 4월 10일 1판 1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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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킴벌리 커버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 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 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 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아, 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리라.
더 많은 용기를 가졌으리라.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면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그들과 함께 나눴으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으리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었으리라.
입맞춤을 즐겼으리라.
정말로 자주 입을 맞췄으리라.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 했으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If I Knew - by Kimberly Kirberger
I would listen more carefully to what my heart says
I would enjoy more...worry less
I would know that school would end soon enough...and work...well, nevermind
I wouldn't worry so much about what other people are thinking
I would appreciate my vitality and tight skin
I would play more, fret less
I would know that beauty/handsomeness is in my love of life
I would know how much my parents love me
I would believe that they are doing the best that they can
I would enjoy the feeling of being in love and not worry so much about how it works out
I would know that it probably won't...but something better will come along
I wouldn't be afraid of acting like a kid
I would be braver
I would look for the good qualities in everyone and enjoy them for those
I would trust my girlfriends
i would be a trustwrothy girlfriend
I would enjoy kissing...really enjoy it
i would be more appreciative and gratefull, for sure
[2] 내 인생의 신조 - 로버트 풀검
나는 지식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함을 믿는다.
신화가 역사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음을 나는 믿는다.
굼이 현실보다 더 강력하며
희망이 항상 어려움을 극복해 준다고 믿는다.
그리고 슬픔의 유일한 치료제는 웃음이며
사랑이 죽음보다 더 강하는 걸 나는 믿는다.
이것이 내 인생의 여섯 가지 신조이다.
[3] 당신이 하지 않는 일들 - 작자 미상
내가 당신의 새 차를 몰고 나가 망가뜨린 날을 기억하나요?
난 당신이 날 때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당신이 비가 올 거라도 말했는데도 내가 억지로 해변에 끌고가 비를 맞던 때를 기억하나요?
난 당신이 "비가 올 거라고 했잖아!"하고 욕을 하리라 생각했지만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내가 당신을 질투나게 하려고 다른 남자들과 어울려 당신이 화가 났던 때를 기억하나요?
난 당신이 떠나리라 생각했지만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당신은 내가 오렌지 주스를 당신 차의 시트에 엎질렀던 때를 기억하나요?
난 당신이 내게 소릴 지를 거라고 생각했지만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내가 깜박 잊고 당신에게 그 댄스 파티가 정식 무도회라는 걸 말해 주지 않아서
당신이 작업복 차림으로 나타났던 때를 기억하나요?
난 당신이 내게 절교를 선언할 줄 알았지만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그래요. 내 생각과는 달리 당신이 하지 않은 일이 참 많았어요.
당신은 나에 대해 인내했고 나를 사랑했으며 보호해 주었어요.
당신이 베트남 전쟁에서 돌아올 때 당신에게 사과하는 뜻으로 내가 하려고 했던 일이 참 많았어요.
하지만 당신은 돌아오지 않았어요.
[4] 사랑은 - 오스카 햄머스타인
종은 누가 그걸 울리기 전에는
종이 아니다.
노래는 누가 그걸 부르기 전에는
노래가 아니다.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도
한쪽으로 치워 놓아선 안된다.
사랑은 주기 전에는
사랑이 아니니까.
[5] 도둑에게서 배울 점 - 랍비 주시아
도둑에게서 다음의 일곱 가지를 배울 수 있다.
그는 밤 늦도록까지 일한다.
그는 자신이 목표한 일을 하룻밤에 끝내지 못하면
다음날 밤에 또다시 도전한다.
그는 함께 일하는 동료의 모든 행동을
자기 자신의 일처럼 느낀다.
그는 적은 소득에도 목숨을 건다.
그는 아주 값진 물건도 집착하지 않고
몇 푼의 돈과 바꿀 줄 안다.
그는 시련과 위기를 견뎌낸다. 그런 것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자기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를 잘 안다.
[6]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 칼릴 지브란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큰생명의 손길만이 너희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 운영자 주(註) : 위 글은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The Prophet) 중 “결혼에 대하여(On Marriage)”를 류시화 시인이 앞부분 일부를 제외하고 번역한 것입니다. 영어 원문은 칼릴지브란 메뉴의 『예언자』 항목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2002년 4월 22일에 류시화 시인이 직접 번역한 『예언자』가 도서출판 열림원에서 출판되었으며, 해당 내용을 살펴본 바에 의하면 약간의 자구를 수정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