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詩) 당선 소감
춥고 흐린날 태어났음. 태어나자마자 세상이 너무 아름다와서 박수를 쳤음. 그리고 버림받음. 곡마단의 소녀가 되고 싶었음. xx의 꿈. 죽음, 혹은 부활을 꿈꾸기로 함. 아직 살아있고, 아직도 나는 쓸쓸한 전쟁 미망인.
밤이면 죽음의 손길이와서 내뼈에 구멍을 뚫고 피리를 분다. 나는 기억하고 있다. 내가 최초로 탄생됐을때 어떤 거대한 손길이와서 내 팔과 다리를 움켜쥐고 사정없이 물속으로 쳐넣던것을. 그리하여 내 生은 태어날때부터 이미 비유동적이고 처참하고 끈끈이 주걱처럼 끈질긴..., 기억해다오. 밤마다 하나 둘씩 하늘로 올라가 별이되는 내뼈의 피리소리를.
이제 몇분 남지 않았다. 결국 산소부족으로 죽어갈 것이다. 3초에 한번 절망하고 3초에 한번씩 희망을 가지면서 내 피는 얼마나 많이 흘러나와야 별이 되는 것일까. 사방에서 내 x우리를 향해, 빛나는 내 날개의 x우리를 향해 무수한 銀빛 화살들이 날아온다.
오후 4시, 코피를 마실 시간, 무효화되어버리는 수많은 약속의 시간, 15시, 시계x 해안도시에 수면제처럼 내리고 손수건만한 우리의 사랑을 생각해다오. 온 몸과 마음의 항상 화려한 건강을.
마지막으로, 가장 아름다운 방법으로 당신들을 배반하고 싶다. 안재찬.
◉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詩) 심사평
시가 갈수록 길어진다는 전망은 말을 아껴야 할 입장으로서 볼때, 무모한 모험이라기 보다는 반성하여야 할 일이다.
되도록이면 짧은 작품을 찾으려했으나 기대한만큼 나타나지가 않았다. 착상이 상식에 치우치거나 불감증이면 둘다 효과를 보기가 보기가 어렵다. 기대가 컸던만큼 괜스리 이런 부담을 맡았다는 느낌도 들었다. 다 읽기도 전에 더 읽을수가 없는 시가 많았기 때문이다. 내 나름대로 [生活] 한편을 내정하고 흘려버린 작품들중에서 趙炳華사백이 보다 좋은 작품을 발견하여 주려니 믿었다. 그러나 서로가 이 작품에 완전합의를 봄으로써 이만하면 수준급을 뽑았나보다고 안심하였다.
[生活]이란 제목이 광범위하여서 내용의 치밀성을 약화시키지나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심사자가는 지나친욕심을 새사람에게 거나보다.
詩란 평생을 두고 시련하는 일이므로 당성됐으면 기뻐할 일이요 새사람에게 대성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마련이다. 동시에 시란 평생을 두고 시련하는 일이므로 떨어졌대서 실망할 성질은 아니다. 신문 신춘문예를 통하여 지난날처럼 시단의 희망들이 속출할 기회는 개방되어 있다. 숨은 시인들의 노력은 그만한 가치기 있기에 독자를 궁금하게 한다.
金丘庸, 趙炳華
※ 운영자 주(註) : 본 내용은 한국일보 1980년 1월 5일자 제5면에 실려있던 것입니다. 그런데 원본이 명확하지 않아 글자가 흐릿한 부분은 판독 불가능하여 x표시를 해두었습니다. 그리고 류시화 시인(본명 안재찬)의 생년월일이 1957년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류시화 시인 공식 홈페이지 운영자에 의하면 1959년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