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 소개] 예언자의 동산(THE GARDEN OF THE PROPHET)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의 동산(정원)](The Garden of The Prophet』은 그의 사후인 1933년 바바라 영에 의해 출판되었습니다. 칼릴 지브란은 세상을 떠나기 전 바로 그 날까지 [예언자의 동산]의 다양한 단편들을 완성하였으나 정리하지는 못했는데, 바바라 영이 그 배열을 완성시켜 단행본으로 엮어낸 것입니다.
칼릴 지브란은 본래 ‘예언자’ 시리즈를 기획하였는데, 먼저 1923년 완성한 『예언자』를 3부작 중의 첫 권(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논함)으로 하고, 그다음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다룬 『예언자의 동산』을 두 번째 권으로 하고, 그리고 마지막 권에서 인간과 신의 관계를 다룬 『예언자의 죽음(The Death of the Prophet)』을 낼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마지막 책은 한 글자도 쓰여지지 않았습니다.
혹자는 『예언자의 동산』에 대하여 『예언자』보다 정신의 원숙성이 더 빛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칼릴 지브란의 전기를 썼던 수헤일 부쉬루이 교수는 이 작품에서 지브란의 명료한 시각과 진지함이 결여되어 있다고 판단하여 문학적인 가치는 별로 크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 작품 속에는 고향 섬을 떠난 알무스타파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서 지내다가 다시 떠나기까지, 그의 제자들과 나눈 대화는 생명의 신비와 인간의 신비에 대한 찬사로 가득 차 있습니다.
국내에 번역된 『예언자의 동산(정원)』을 살펴보면, 먼저 도서출판 당그래에서 1990년 3월 5일 출판(초판 1쇄)된 것이 있습니다. 이 책(오른쪽 표지 참조)은 김응교가 번역하였으며 "The Garden Of The Prophet : Alfred.A.Knopf, New York, 1984"를 번역본으로 사용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현재 시중에서 구하기는 어렵습니다.
두 번째로 을지출판사에서 1990년 4월 25일 출판된 『나는 다시 오리라』(한바람 옮김)가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으나 원제가 “The Garden Of The Prophet”이라고 밝히고 있고, 주요 목록을 살펴본 바 『예언자의 동산』과 동일했습니다. 그러나 이 책도 마찬가지로 절판되어 현재 구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 곳에 인용한 자료는 위 두 책 중 후자를 참조했습니다. 주요 목록은 “귀향, 예언자의 정원, 가엾은 국민에 대하여, 생명의 강에 대하여, 밤과 영혼과 추악함에 대하여, 시간에 대하여, 새벽에 대하여, 외로움에 대하여, 신에 대하여, 영리함에 대하여, 존재에 대하여, 풍요에 대하여, 나는 다시 오리라, 오! 안개여”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 책의 뒷부분에는 영문 원문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 내용 보기
► 생명의 강에 대하여
제자들 중의 한 사람이 말했다. "지금 당신이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계신 것을 말씀해 주십시오."
그는 그 사람을 바라보았고, 그의 목소리에는 별이 노래하는 것과 같은 소리가 들어 있었다.
그는 말했다.
" 그대가 공상 속에서 조용히 자신의 보다 깊은 자아에 귀기울일 때, 그대의 생각은 눈송이처럼 펄럭이며 내려와서 그대의 공간의 모든 소리를 흰 침묵으로 뒤덮을 것이다.
그리고 공상이란 그대 마음의 하늘 나무에 봉우리를 맺었다가 꽃을 피우는 구름 이외의 무엇이겠는가? 그리고 그대의 생각은 그대 마음의 바람이 언덕과 들에 흩어지게 만드는 꽃잎 이외의 무엇이겠는가?
그리고 그대 마음속의 형태 없는 것이 형태를 갖게 될 때까지 그대가 평화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축복받은 손'이 그 회색의 욕망을 작은 수정의 해와 달과 별로 만들 때까지 그 구름은 모여서 떠돌 것이다."
그러자 사르키스,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말했다. "그러나 봄이 올 것이고, 그러면 우리들의 꿈과 우리들의 생각이라는 모든 눈은 녹아서 없어질 것입니다."
그는 대답했다.
"'봄'이 '그'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잠이 든 작은 숲과 포도원에서 찾아내기 위해 왔을 때, 눈은 녹아서 도금양나무와 월계수에 술을 따르기 위해서 시냇물을 타고 골짜기에 강물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대의 '봄'이 찾아올 때, 그대의 마음의 눈도 이와 같이 녹아서 그대의 비밀은 시내를 타고 골짜기의 생명의 강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리고 그 강물은 그대의 비밀을 감싸 안고 거대한 바다로 운반할 것이다.
'봄'이 오면, 만물이 녹아서 노래로 변할 것이다. 보다 큰 들로 천천히 내려오는 거대한 눈송이인 별들까지도 녹아서 노래하는 시냇물 속으로 스며들 것이다. '그'의 얼굴의 태양이 보다 큰 지평선 위로 떠오를 때, 얼어붙은 균형 중의 어떤 것이 액체의 멜로디로 변하지 않을 것인가? 그리고 그대들 중의 그 누가 도금양과 월계수에 술을 따라 주는 사람이 되지 않을 것인가?
그대들이 움직이는 바다와 함께 움직이고 바닷가도 없고 자아도 없었던 것은 어제의 일이었노라. 그 다음에 바람, 그 '생명'의 숨결이 생명의 얼굴 위에 빛의 베일인 그대들을 짜놓았노라. 그리고 생명의 손이 그대들을 모아서 형태를 주었고, 그대들은 머리를 쳐들고 높이를 추구하게 되었노라. 그러나 바다가 그대들의 뒤를 따라왔고, 생명의 노래는 아직도 그대들과 함께 있노라. 그리고 그대들은 그대들의 가문을 잊을지라도. 생명은 어머니임을 영원히 확신할 것이고, 영원히 생명은 자기 곁으로 그대들을 부를 것이다.
산과 사막을 방황하는 동안에도 그대들은 생명의 시원한 가슴의 깊이를 그리워할 것이다. 그리고 그대들이 무엇을 그리워하는지 모를때가 많더라도, 그것은 사실은 생명의 광대하고 율동적인 평화인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작은 숲과 나무 그늘에서 비가 언덕 위 나뭇잎에서 춤출 때, 축복과 계약(契約)인 눈이 내릴 때, 골짜기에서 그대들이 그대들의 짐승떼를 강으로 이끌고 갈 때, 그대들의 들에서 은빛으로 흐르는 시냇물이 모여서 푸른 옷을 입을 때, 그대들의 정원에서 새벽 이슬이 하늘을 비출 때, 그대들의 초원에서 저녁 안개가 그대들의 길을 가릴 때, 이러한 모든 것에서 그대들의 혈통의 증인인 바다는 그대들과 함께 있으며 그대들의 사랑을 요구한다.
바다로 흘러 내려가는 것은 그대를 마음속에 눈송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