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 소개] 대지의 신들(THE EARTH GODS)
칼릴 지브란의 『대지의 신들(The Earth Gods)』은 1931년 그가 사망하기 2주일 전에 출판한 작품입니다. "The Earth Gods"는 번역서에 따라서는 “지상의 신들” 혹은 “지신(地神)들”이라고 번역하기도 합니다. 『대지의 신들』에서는 첫 번째 신과 두 번째 신의 토론, 세 번째 신의 중재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비록 이 작품에서는 모든 것을 포용하는 사랑의 힘에 관심을 갖고 있기는 하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두운 편입니다.
국내 번역서에서 "The Earth Gods"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는 책은 문성당에서 1990년 3월 5일 발행된 『나는 영혼이 속삭이는 진실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김정숙 옮김)가 있습니다. 또한 2000년 11월 26일에 발행된 『사랑이 그대를 찾아오거든 가슴을 열어라』(이영선 옮김)에도 『대지의 신(The Earth Gods)』이라는 제목하에 내용을 싣고 있습니다. 여기서 인용한 내용은 후자를 참조하였습니다.
그런데 국내 번역서 중에는 오류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국내 번역서의 맨 마지막 부분을 보면, “세번째 신 - 세번째 신”으로 되어 있는데 (인터넷에서 구한) 영어 원문과 대조해 본 바에 의하면, 영어 원문은 “세번째 신 - 두번째 신 - 첫번째 신 - 세번째 신”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즉 국내 번역서에는 두 개의 글(Second God, First God)이 빠져 있었습니다. 다만 국내 번역서에서는 원본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결과, 정확한 판단은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 내용 보기
열두 영겁의 밤이 내리고, 깊은 밤의 조류와도 같은 정적이 산봉우리를 뒤덮은 시간, 대지의 수호자인 세 명의 신이 산 위에 나타났다.
When the night of the twelfth aeon fell,
And silence, the high tide of night, swallowed the hills,
The three earth-born gods, the Master Titans of life,
Appeared upon the mountains.
강물은 신들의 발꿈치에서 흘렀고, 안개는 그들의 가슴 주변에 맴돌았다. 그리고 그들 세 신의 머리는 이 세상 위로 장엄하게 떠올랐다.
Rivers ran about their feet;
The mist floated across their breasts,
And their heads rose in majesty above the world.
이윽고 신들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 천둥소리와도 같이. 그들의 목소리는 평원 위로 울려퍼졌다.
Then they spoke, and like distant thunder
Their voices rolled over the plains.
첫 번째 神
FIRST GOD
바람이 동쪽으로 불고 있으니, 나는 얼굴을 남쪽으로 돌리련다. 바람이 죽은 것들의 냄새를 내 콧속에 마구 밀어넣기 때문이다.
The wind blows eastward;
I would turn my face to the south,
For the wind crowds my nostrils with the odors of dead things.
두 번째 神
SECOND GOD
이것은 구운 고기의 향내이다. 나는 그 달콤하고 기름진 내음을 맡으련다.
It is the scent of burnt flesh, sweet and bountiful.
I would breathe it.
첫 번째 神
FIRST GOD
이것은 그 자신이 희미한 불길에 타고 있는 인간의 냄새다. 그 냄새는 허공에 지독하게 퍼져 있지. 그리고 그 냄새는 지옥의 혼탁한 숨결과도 같이 나의 후각을 망치려 한다. 나는 냄새가 없는 북쪽으로 얼굴을 돌리련다.
It is the odor of mortality parching upon its own faint flame.
Heavily does it hang upon the air,
And like foul breath of the pit
It offends my senses.
I would turn my face to the scentless north.
두 번째 神
SECOND GOD
이것은 지금 내가 호흡하고 잇으며, 영원히 들이마셔야 할 깊은 생각의 향내이다.
신들은 피로써 억눌린 인간의 욕망과, 어린 영혼들의 희생으로 얼룩진 인간의 가슴과, 죽음과 함게 사는 자들의 끊임없는 탄식에 의하여 더욱 강인해진 인간의 근육을 갖고 산다.
희생자인 인간들의 왕좌는 여러 세대의 잿더미 위에 세워진다.
It is the inflamed fragrance of brooding life
This I would breathe now and forever.
Gods live upon sacrifice,
Their thirst quenched by blood,
Their hearts appeased with young souls,
Their sinews strengthened by the deathless sighs
Of those who dwell with death;
Their thrones are built upon the ashes of generations.
첫 번째 神
FIRST GOD
모든 힘의 근원인 나의 영혼은 지쳐 있다. 하나의 세상을 창조할 때나 혹은 소멸시킬 때나 나는 전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영겁의 무게가 나를 누르고, 끊임없는 바다의 신음소리가 나의 잠을 빼앗아 가버렸다. 그리하여 만약 죽을 수만 있다면, 나는 다시 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최초의 빛을 잃고 쇠잔해진 태양과도 같이 사라져갈 수만 있다면, 나의 신성(神性)으로부터 그 힘을 빼앗고, 나의 불멸성을 우주 공간 속으로 불어 내어 더 이상 내가 신이 아니었으면, 또한 내가 시간의 기억 속에서 소멸되어 무(無)의 공허 속으로 사라질 수만 있다면!
Weary is my spirit of all there is.
I would not move a hand to create a world
Nor to erase one.
I would not live could I but die,
For the weight of aeons is upon me,
And the ceaseless moan of the seas exhausts my sleep.
Could I but lose the primal aim
And vanish like a wasted sun;
Could I but strip my divinity of its purpose
And breathe my immortality into space,
And be no more;
Could I but be consumed and pass from time's memory
Into the emptiness of nowhere!
세 번째 神
THIRD GOD
나의 옛 형제들이여 들으라.
한 젊은이가 건너편 골짜기에서 밤새도록 그의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그는 금빛 하프를 연주하며 그의 목소리는 금과 은이 부딪치는 것 같구나.
Listen my brothers, my ancient brothers.
A youth in yonder vale
Is singing his heart to the night.
His lyre is gold and ebony.
His voice is silver and gold.
※ 참고 : The Earth Gods는 전체 내용이 연결되어 있는 것이어서 어느 한 부분을 따로 떼어내기는 좀 곤란합니다. 이곳에서는 일부만 인용하였으므로 착오없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