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 소개] 사람의 아들, 예수(JESUS, THE SON OF MAN)
칼릴 지브란의 『사람의 아들, 예수(JESUS, THE SON OF MAN)』는 1928년 작품입니다. 『예언자』와 마찬가지로 이 책은 여러 해를 두고 고심하고 분투한 칼릴 지브란의 영혼의 산물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살아 있었던 시대에 예수를 알고 체험한 여러 사람들이 남긴 예수에 대한 삶의 기록이자 발자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칼릴 지브란은 그들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은 것을 그들 각자의 심정이 되어 체험해 보고서는 지브란 특유의 날카롭고 풍부한 상상력으로 예수의 참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일부분은 성서에 근거하고 있지만 지브란 자신의 창작이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그러므로 이 책은 진실인 동시에 허구이며, 그 허구는 때론 시이기도 하고 소설이나 전기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인용한 내용은 2000년 1월 13일 모아드림에서 출판한 『내가 만난 나사렛 예수』(이용숙 옮김)를 참조하였으며, 옮긴이는 이 책의 원제가 “사람의 아들 예수(Jesus the Son of Man)”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책의 권말에는 “영혼의 잠언(Spiritual Sayings)”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2000년 11월 26일에 발행된 『사랑이 그대를 찾아오거든 가슴을 열어라』(이영선 옮김, 책이있는마을)에도 [JESUS, THE SON OF MAN]의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절판). 2003년 3월에는 임경민 번역의 『사람의 아들 예수』가 태동출판사에서 발행되었습니다(절판). 이후의 번역서로는 몇 가지가 더 있으나 저는 내용을 살펴보지는 못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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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1] 이방인들에 대하여
- 베이루트의 게오르그
언젠가 그 분과 그 친구들은 내 울타리 너머 소나무 숲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나는 울타리께로 다가가 귀를 기울이고서야 비로소 그 분이 누군지를 알았습니다. 그 분의 명성은 그 분이 오시기 전부터 이곳 해안에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분이 말을 마치셨을 때 나는 그 분께 다가가 말을 건넸습니다.
"선생님, 친구분들과 함께 저희집에 와주십시오. 참으로 영광스런 일이겠습니다.
그러자 그 분은 내게 웃으며 대답하셨습니다.
"오늘은 아닙니다. 친구여, 오늘은 안 되겠어요."
그 말씀에 축복이 깃들여 있었고, 그 분의 목소리는 추운 밤에 따뜻한 옷을 걸쳐주듯 나를 포근히 감쌌습니다.
그 분은 친구들에게로 돌아서서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를 이방인으로 취습하지 않는 저 사람을 보라. 전에 한번도 우리를 만난 일이 없는데도 그는 우리를 집으로 부르는구나.
내 나라에서 이방인이란 없다. 우리의 생명은 다른 모든 사람들의 생명이다. 다른 모든 사람들의 행위가 곧 우리의 행위이다. 그것이 숨겨져 있든 혹은 드러나 있든.
나는 그대들이 자기 자신만으로서 살지 않고 여러 자아를 지니고 살길 바란다. 집주인인 동시에 집 없는 사람으로, 농부인 동시에 낱알을 쪼아먹는 참새로, 너그럽게 베푸는 사람인 동시에 당당하게 은혜를 입는 사람으로 말이다.
하루의 아름다움은 그대가 바라보는 눈길 안에 있지만, 그와 동시에 다른 사람들의 눈길 안에도 깃들여 있다.
나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그대들을 택했지만 그대들 역시 나를 택했다.
그러고는 다시 돌아서서 그 분은 내게 웃음을 보내며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내가 한 이야기들은 모두 당신에게도 해당됩니다. 내가 한 말들을 잘 기억해 두십시오."
이번에는 내가 그 분께 간청했습니다.
"선생님, 제 집에서 쉬어가시지요."
그 분은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잘 압니다. 그러니 이미 당신의 넒은 집을 방문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고는 친구들과 함께 떠나며 말씀하셨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그리고 쉴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집을 활짝 열어주십시오."
[내용2] 중립적인 사람
- 예루살렘의 장사꾼
나는 그를 사랑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워하지도 않았습니다. 나는 그의 말보다는 목소리를 듣기 위해 그의 이야기를 들으러 다녔습니다. 그의 목소리가 내게 기쁨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야기는 이해하기가 좀 어려웠지만, 거기서 울려나오는 가락은 내 귀를 깨끗하게 해 주었습니다.
사실 다른 사람들이 그의 가르침을 설명해 주지 않았다면 나는 그가 유대인의 편을 드는 사람인지, 유대인을 해롭게 하는 사람인지조차 몰랐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