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 소개] 예언자(THE PROPHET)
칼릴 지브란이 “예언자(The Prophet)”를 처음 쓴 것은 열다섯 살 때입니다. 그러나 그는 초고를 20여 년 동안 몸에 품고 다니면서, 생각날 때마다 다듬고 고쳐 썼습니다. 그 동안에 모국어인 아랍어로도 여러 차례 고쳐 썼고 영어로도 수차례 고쳐 썼습니다. 그러고도 막상 미국에서 영어로 출판하게 되자, 그는 다시 4년 동안에 다섯 번이나 고쳐 쓴 다음에야 비로소 그 원고를 출판사에 넘겼습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칼릴 지브란이 이 작품 한 편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기에 읽는 이로 하여금 깊은 감동을 주고 그의 세계로 빠져들게 합니다.
이 작품 “예언자”는 주인공 알무스타파 (Almustafa)라는 예언자를 통해 오팔리즈(오르팰리스, 오르팔레세, Orphalese)의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진리를 전파합니다. 이는 비록 알무스타파라는 주인공의 입을 통하는 것이지만, 기실은 칼릴 지브란 자신의 사상을 세상 사람들에게 설파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제1부는 알무스타파가 열두 해 동안이나 기다리던 배가 마침내 오팔리즈 항구에 들어오는 것이고, 제2부는 오팔리즈 사람들에게 진리를 전해 주는 장면이고, 제3부는 그가 모든 가르침을 끝내고 배에 올라 작별을 고하는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의 진리의 말들은 문답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진리를 청하는 이들은 각자 자기 생업이나 일과 관련 있는 사람들입니다.
▣ 국내 번역서 살펴 보기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The Prophet)』는 워낙 유명하다 보니, 국내에서 다수의 번역자들에 의해 무수히 출판되었으며, 이는 계속 진행중입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고(故) 함석헌 선생께서 번역하신 『예언자』가 오래 전부터 많이 읽혔으며, 강은교 번역의 『예언자』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책은 오래 전에 번역된 것이기에 요즘 세대들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다른 번역서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아래에서는 그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보고자 본인이 가지고 있는 책을 중심으로 하여 정리해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02년 4월 22일 도서출판 열림원에서 출판된 류시화 시인 번역의 『예언자』가 가장 괜찮은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류시화 시인의 매끄러운 번역이 이해의 폭을 넓혀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2003년에 4월 10일 현암사에서 출판된 오강남 교수의 번역도 주목할 만한 것 같습니다. 다수의 『예언자』 번역본은 반말체로 되어 있으나 이 책은 경어체(존댓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번역자의 말에 의하면, 예언자가 하는 말이 반드시 하느님의 말을 그대로 대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설령 그렇다하더라도 꼭 반말을 해야한다고 상상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래의 목록은 주로 2003년 이전에 출판된 번역서를 위주로 소개한 것입니다. 이 이후에 새롭게 번역된 책들이 있으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국내 주요 [예언자] 번역서 목록
순서 | 번역자 | 출판사 | 초판 발행 | 참고사항 |
---|---|---|---|---|
번역 1 | 함석헌 | - | 1964.12.1 | 1960년대 초에 "예언자"를 국내에 처음 소개. |
번역 2 | 박병진 | 육문사 | 1978. | 기존판을 일부 수정하여 1995(1999)년에 다시 발행. |
번역 3 | 유제하 | 범우사 | 1982.10.30 | 내용을 약간 손질하여 2001.11.15에 제2판 발행. |
영어 원문 | - | 도솔 | 1990.2.12 | - |
번역 4 | 이영선 | 책이있는마을 | 2000.11.26 | - |
번역 5 | 강은교 | 도서출판 이레 | 2001.10.30 | 문예출판사 초판은 1975.12.25에 발행. 이후 출판사 변경. 2013년에 문예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 |
번역 6 | 류시화 | 열림원 | 2002.4.22 | 다른 번역본(정신세계사,1988.9.15)도 있으나 절판. 2018년에 무소의뿔에서 새롭게 출간. |
번역 7 | 오강남 | 현암사 | 2003.4.10 | 경어체로 번역. 양장본(2019)도 있음. |
◉ 내용 보기
[내용1] 아이들에 대하여
► 아이들에 대하여 - 류시화 번역 (열림원, 2002년 4월 22일 발행)
그러자 가슴에 아이를 안은 한 여인이 말했다. 우리에게 아이들에 대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그는 말했다.
그대의 아이는 그대의 아이가 아니다.
아이들이란 스스로를 그리워하는 큰 생명의 아들딸이니
그들은 그대를 거쳐서 왔을 뿐 그대로부터 온 것이 아니다.
또 그들이 그대와 함께 있을지라도 그대의 소유가 아닌 것을.
그대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수는 있어나, 그대의 생각까지 주려고 하지는 말라.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의 생각이 있으므로.
그대는 아이들에게 육신의 집은 줄 수 있으나, 영혼의 집까지 주려고 하지 말라.
아이들의 영혼은 내일의 집에 살고 있으므로. 그대는 결코 찾아갈 수 없는, 꿈속에서조차 갈 수 없는 내일의 집에.
그대가 아이들과 같이 되려고 애쓰는 것은 좋으나, 아이들을 그대와 같이 만들려고 애쓰지는 말라.
큰생명은 뒤로 물러가지 않으며, 결코 어제에 머무는 법이 없으므로.
그대는 활, 그리고 그대의 아이들은 마치 살아 있는 화살처럼 그대로부터 쏘아져 앞으로 나아간다.
그래서 활 쏘는 자인 신은 무한의 길 위에 과녁을 겨누고, 자신의 화살이 보다 빨리, 보다 멀리 날아가도록 온 힘을 다해 그대를 당겨 구부리는 것이다.
그대는 활쏘는 이의 손에 구부러짐을 기뻐하라.
그는 날아가는 화살을 사랑하는 만큼, 흔들리지 않는 활 또한 사랑하기에.
► 아이들에 대하여 - 강은교 번역 (도서출판 이레, 2001년 10월 30일 발행)
그러자 아기를 품에 안고 있던 한 여인이 말했다. 저희에게 아이들에 대해 말씀해 주소서.
그는 말했다.
그대들의 아이들이라고 하여 모두 그대들의 아이들은 아닌 것.
아이들이란 스스로 삶을 갈구하는 생명의 딸이며 아들인 것.
아이들은 그대들을 거쳐 왔을 뿐, 그대들이 창조하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비록 지금 그대들과 함께 있을지라도 아이들이란 그대들의 소유는 아닌 것을.
그대들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순 있으나 그대들의 생각까지 줄 순 없는 것.
왜? 아이들은 아이들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대들은 아이들에게 육체의 집을 줄 순 있으나, 결코 영혼의 집마저 줄 순 없는 것.
왜? 아이들의 영혼은 그대들은 결코 방문할 수 없는, 꿈 속에서도 가볼 수 없는 내일의 집에 살고 있으므로.
그대들은 아이들처럼 되려고 애써야 한다. 그렇지만 아이들을 그대들처럼 만들려고 애쓰진 말라.
왜? 삶이란 결코 뒤로 뒤돌아가진 않으며, 어제에 머물지도 않는 것이기에.
그대들은 활, 그대들의 아이들은 마치 살아 있는 화살처럼 그대들로부터 쏘아져 앞으로 나아간다.
그리하여 궁수(弓手)이신 신은 무한의 길 위의 한 표적을 겨누고, 그분의 거대하신 힘으로 그대들을 구부리신다. 그분의 화살이 보다 빨리, 보다 멀리 나아가도록.
그대들 궁수이신 신의 손길로 구부러짐을 기뻐하라.
왜? 그분은 날으는 화살도 사랑하시지만, 날지 않는 활도 활도 사랑하시기에.
► 자녀에 대하여 - 오강남 번역 (현암사, 2003년 3월 10일 발행)
아기를 품에 안고 있던 한 여인이 말했다. 우리에게 자녀에 대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그는 말했다.
여러분의 자녀는 여러분의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저 위대한 생명이 사랑하는 그의 아들딸입니다.
그들이 비록 여러분을 통해서 왔지만 여러분으로부터 온 것은 아닙니다.
그들이 비록 여러분과 함께 있지만 여러분 소유물은 아닙니다.
여러분은 그들에게 사랑을 줄 수는 있지만, 생각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그들대로의 생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그들의 육체를 위해 집을 줄 수는 있지만, 그들의 영혼을 위해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들의 영혼은 여러분이 꿈길에서도 가볼 수 없는 내일의 집에 머무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그들처럼 되기 위해 노력할 수는 있지만, 그들이 여러분처럼 되게 하려고 애쓰지는 마십시오.
삶은 거꾸로 가거나 어제에 머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자녀가 살아있는 화살처럼 날아가게 하는 활입니다.
활 쏘시는 분이 무한을 향해 뻗은 길 위에서 과녁을 겨누시고 그의 화살들이 빨리 그리고 멀리 날아가도록 온 힘을 다해 여러분의 활줄을 당겨 구부리십니다.
여러분은 활 쏘시는 분의 손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구부러지십시오.
그가 날아가는 화살을 사랑하는 것처럼, 흔들림이 없는 활 또한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 원문
And a woman who held a babe against her bosom said, "Speak to us of Children."
And he said :
Your children are not your children.
They are the sons and daughters of Life's longing for itself.
They come through you but not from you,
And though they are with you, yet they belong not to you.
You may give them your love but not your thoughts,
For they have their own thoughts.
You may house their bodies but not their souls,
For their souls dwell in the house of tomorrow, which you cannot visit, not even in your dreams.
You may strive to be like them, but seek not to make them like you.
For life goes not backward nor tarries with yesterday.
You are the bows from which your children as living arrows are sent forth.
The archer sees the mark upon the path of the infinite, and He bends you with His might that His arrows may go swift and far.
Let your bending in the archer's hand be for gladness ;
For even as he loves the arrow that flies, so He loves also the bow that is stable.
[내용2] 결혼에 대하여
► 결혼에 대하여 - 류시화 번역 (열림원, 2002년 4월 22일 발행)
그때 알미트라가 다시 물었다. 그러면 스승이여, 결혼은 무엇입니까.
그가 말했다.
그대들은 함께 태어났으니, 영원히 함께 하리라.
죽음의 흰 날개가 그대들의 생애를 흩어 버릴 때에도 그대들은 함께 있으리라.
그렇다. 신의 말없는 기억 속에서도 그대들은 함께 있으리라.
그러나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그대들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큰생명의 손길만이 그대들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으니.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으니.
► 결혼에 대하여 - 강은교 번역 (도서출판 이레, 2001년 10월 30일 발행)
그러자 알미트라는 다시 물었다. 그러면 스승이여, 결혼이란 무엇인지요?
그는 대답했다.
그대들은 함께 태어났으며, 또 영원히 함께 있으리라.
죽음의 흰 날개가 그대들의 생애를 흩어 사라지게 할 때까지 함께 있으리라.
아, 그대들은 함께 있으리라, 신의 고요한 기억 속에서까지도 함께 있으리라.
하나 '함께 있음[共存]'에도 거리를 두라
그리하여 천공(天空)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서로를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에 속박되지는 말라.
차라리 그대들 영혼의 기슭 사이엔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우라. 그러나 절대로 잔 하나로 마시지는 말라.
그대들의 빵을 서로 나눠주라, 그러나 절대로 한 덩어리의 빵을 함께 먹으려 하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라, 그러나 그대들 각자는 언제나 고독하게 있으라.
비록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각 기타줄들은 홀로인 것처럼.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각각 간직하지는 말라.
오직 생명의 손길만이 그대들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으니.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서 있는 것을,
참나무와 사이프러스 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라지 못한다.
► 결혼에 대하여 - 오강남 번역 (현암사, 2003년 3월 10일 발행)
알미트라가 다시 말했다. 그러면 스승이여, 결혼이란 무엇입니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두 분은 함께 태어나서 영원히 함께 하실 것입니다.
죽음의 흰 날개가 두 분의 사는 날을 흩뜨려버릴 때라도 두 분은 함께 하실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두 분은 심지어 하느님의 잠잠한 기억 속에서마저 함께 하실 것입니다.
두 분이 함께 하시되 그 안에 공간이 있게 하십시오.
두 분 사이에서 하늘의 바람이 춤추게 하십시오.
서로 사랑하되 속박이 되도록 하지는 마십시오.
사랑이 두 분 영혼의 해변 사이에서 출렁이는 바다가 되게 하십시오.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 잔에서만 마시지는 마십시오.
서로에게 자기 빵을 나누어 주되 한쪽 조각만을 먹지는 마십시오.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기뻐하되 각각 혼자이게 하십시오.
거문고 줄들이 비록 같은 노래로 함께 울릴지라도 모두 각각 혼자이듯이.
서로 마음을 주십시오. 그러나 그 마음을 붙들어놓지는 마십시오.
저 위대한 생명의 손길만이 여러분의 마음을 잡아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함께 서십시오.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지는 마십시오.
성전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서 있고, 참나무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랄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원문
Then Almitra spoke again and said, "And what of Marriage, master?"
And he answered saying :
You were born together, and together you shall be for evermore.
You shall be together when white wings of death scatter your days.
Aye, you shall be together even in the silent memory of God.
But let there be spaces in your togetherness.
And let the winds of the heavens dance between you.
Love one another, but make not a bond of love :
Let it rather be a moving sea between the shores of your souls.
Fill each other's cup but drink not from one cup.
Give one another of your bread but eat not from the same loaf.
Sing and dance together and be joyous, but let each one of you be alone,
Even as the strings of a lute are alone though they quiver with the same music.
Give your hearts, but not into each other's keeping.
For only the hand of Life can contain your hearts.
And stand together yet not too near together :
For the pillars of the temple stand apart,
And the oak tree and the cypress grow not in each other's shadow.
※ 운영자 주(註) : On Marriage에 대하여 류시화 시인이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라는 제목으로 번역한 것이 있습니다. 해당 번역 내용은 류시화 시인의 잠언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에 실려 있습니다. 다만 유의할 점은, 류시화 시인이 번역한 내용은 위의 "녹색" 부분만 해당됩니다. 그리고 2002년 4월 22일에 류시화 시인이 직접 번역한 『예언자』가 도서출판 열림원에서 출판되었는데, 해당 내용을 살펴본 바 약간의 자구를 수정한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