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 소개] 부러진 날개(THE BROKEN WINGS)
※ 소개 내용은 옮긴이의 해설에서 인용하였습니다.
[부러진 날개 (The Broken Wings, 1912)]는 칼릴 지브란의 몇 편밖에 되지 않는 소설 가운데서 가장 긴 작품이다. [예언자]가 영어로 쓴 최대의 걸작이라면 [부러진 날개]는 아랍어로 쓴 최고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부러진 날개]가 더 오래 올라 있었으며 영어로 번역되면서 더욱 폭넓은 인기와 호평을 받았다.
[부러진 날개]는 사랑 이야기이다. 요즈음의 흔한 연애소설의 기준에서 보면 너무 싱겁고 미적지근하고 낡고 고리타분하다. 그러나 너무 속속들이 드러내고 세속적이며 찰나적인 오늘의 사랑에 비하면 이 청순한 옛사랑은 그 희귀함과 고전미로 오히려 우리의 영혼을 사로잡는다. 사랑에도 일종의 여백이라든가 모두 드러내지 않고 무엇인가 감추어진 것이 더러 있어야 신비로운 법이다.
이 소설의 특징은 단순성이다. 하다못해 상투적인 복선조차 없는 구성, 지순한 사랑이라는 주제는 간단하고 소박하다. 남녀 두 주인공이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둘은 순수하고 영적인 사랑을 나누게 되며 처음으로 사랑을 고백한 날에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장애물을 만나고, 고통과 행복과 슬픔과 희망과 불행으로 가득 찬 성스러운 시간을 보낸 뒤 마침내 한 사람은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는 줄거리는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동방의식을 채용하고 있는 카톨릭의 일파인 마론 교회(Maronite Church)로 상징되는 권력의 부패와 횡포를 고발하고 여성 해방의 의지를 부각시킨 것이 그나마 부수적인 요소들이다. "불꽃으로 정화되고 눈물로 씻겨진 영혼"은 "애정에 거역하는 낡은 관습이나 노예제도에 관한 법률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바라 영이 쓴 평전 [레바논에서 온 사람](1945)에 따르면, 지브란은 "동양이건 서양이건 인생과 사랑과 죽음이 존재의 가장 중요한 사실들"이라며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상징주의! 그 말을 갖다버리시오. 차라리 '보일 수 있게 만들어진 진리'라든가, 아니면 '만져볼 수 있는 아름다움'이라고 합시다. 상징주의가 아니라 단순성입니다."
단순성이라는 이 신성한 성질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간 세상은 어지럽고 시간과 공간 속에서 방황한다는 것이다. [부러진 날개]의 문체는 산문정신에 투철한 것이라기 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적인 서정성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 편의 장시와 같은 호소력을 지니기 위해 작가가 의도적으로 매우 서정적인 문체를 구사했다고 볼 수 있다. '슬픈 첫사랑 이야기'를 애절하게 묘사하고 독자들에게도 그만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문체가 더 걸맞는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꿈이나 비전 또는 신성한 생각처럼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지닌 여인, 사랑과 의무 사이에서 의무를 선택해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와 결혼한 뒤 체념과 인종(忍從)으로 지내는 여주인공 셀마 카라미, 아버지의 재산과 남편의 탐욕에 희생된 그 여인에 대한 묘사는 세밀하고 혼이 담겨 있다. (이상 옮긴이의 해설 15-17p에서 인용)
▣ [부러진 날개](THE BROKEN WINGS) / 이종욱 옮김 / 한길사 / 1999년 12월 30일 제1판 1쇄 발행
◉ 국내 번역서 살펴보기
『부러진 날개』의 내용 인용은 소설의 특성상 불가능하므로 생략합니다. 대신 위에 인용한 해설을 참고한다면 어느정도 내용 파악이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국내에서 번역된 『부러진 날개』는 위의 한길사에서 번역(이종욱 옮김)한 것 외에 『사랑이 그대를 찾아오거든 가슴을 열어라』(칼릴 지브란 대표 작품 선집, 이영선 옮김, 책이있는마을, 2000.11.26 발행)에도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1999년 4월 10일 발행된 "칼릴 지브란 전집 『영혼을 위한 기도』"(덕수출판)에도 소개되어 있는데요, 다만 이 책에는 번역자가 누구인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가람문학사에서 1989년 11월 25일 발행된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너무 많습니다』(정용택 옮김)에 실려 있는 『부러진 날개』를 살펴보면, 덕수출판의 『영혼을 위한 기도』에 들어 있는 것과 동일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외 문지사(文志社)에서 1990년 7월 1일 발행한 『내 영혼에 내리는 사색의 닻』(이상영 옮김)에도 『부러진 날개』가 실려 있고, 백만인출판사에서 1990년 10월 5일 발행한 『사랑은 사랑으로서 행복합니다』(안광수 옮김)에도 들어 있습니다.
이후 2015년에 발행된 김지영 번역의 『예언자·부러진 날개』 합본이 있으나, 저는 내용을 살펴보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 외에도 일부 선집(選集)에서 "부러진 날개"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