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내 영혼 가장 가까이에 그대가 있습니다』
이 선집은 칼릴 지브란의 영감에 넘치는 수많은 글들 가운데 사랑에 관한 것들을 모아 엮은(이태학 엮음) 것으로서 2000년 2월에 도서출판 대명에서 발행되었습니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 제2부는 칼릴 지브란이 마이 지아다(May Ziadeh, 메이 지아다)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분입니다. 여기서 인용하는 글은 바로 제2부의 글들입니다. 칼릴 지브란과 마이 지아다는 평생 동안 직접 얼굴을 마주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숨을 거둘때까지 계속된 두 사람의 친분(사랑)은 깊기만 했습니다. 칼릴 지브란과 마이 지아다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1912년 칼릴 지브란이 『부러진 날개』를 출간한 이후부터입니다. 『부러진 날개』로 칼릴 지브란이 아랍 세계에서 명성이 높아지자 마이 지아다의 눈길을 끌게 된 것입니다.
※ 마이 지아다(May Ziadeh, 메이 지아다) : 금세기 아랍어 문학계에서 가장 뛰어난 여성 작가 중의 한 명입니다. 1886년 팔레스틴의 나자렛 근처에서 태어났고, 일생의 대부분을 카이로에서 보냈으며, 그곳에서 여성의 권리를 신장하기 위한 운동에 깊이 관여했습니다. 1941년 카이로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칼릴 지브란과 마이 지아다의 관계에 대해서는 『아름다운 영혼의 순례자, 칼릴 지브란』(두레)에 인용된 글을 살펴보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아래 인용 글을 참조).
「지브란과 May Ziadeh의 관계는 M.E.H와는 다른 것이다. 지브란은 M.E.H를 지식의 동반자이며 사랑스럽고 따뜻한 영혼의 소유자로 생각했다. 그녀에 대해 감정이 격해질 때조차도 기본적인 느낌은 그녀가 그에게 베풀어 준 친절과 후원에 보답할 방도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감사의 마음이었다. 하지만 지브란과 May Ziadeh의 관계는 여러 면에서 달랐다. 비록 그들의 사랑이 영적이며 플라토닉한 요소를 포함하긴 했지만 뭐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결코 얼굴를 마주 대할 수 없는 운명의 지브란과 May는 영적으로 하나가 되어 갔으며, ‘신적 자아’, ‘푸른 불꽃’, ‘변함없이 타오르면서 변화시켜가지만 변화되지는 않는 초월적 요소’를 향해 나아갔다.」
◉ 내용 보기
[1] 1919년 6월 11일
멀리 있는 친구가 때로는 바로 옆에 있는 친구보다 더 가까이 있습니다.
산은 그 산에 살고 있는 사람보다는 그 산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훨씬 더 많은 경외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리고 그 산에 살고 있는 사람보다는 그 산을 지나가는 사람이 훨씬 더 분명하게 그 산을 볼 수 있는 법입니다.
[2] 1922년 5월 9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에 있는 나 자신을 포함하여, 연기와 재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눈을 어지럽게 하고, 손가락을 데게 하기 때문에 불을 무서워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포함하여,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만 정신을 쏟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받아들일 능력이 없기 때문에 본질을 무시합니다.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가슴 안에 무엇이 있나 알게 해주려고 자신의 가슴을 찢어 버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그대여, 외로움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슬픔입니다.
[3] 1923년 10월 5일
당신의 머리를 여기에, 내 어깨 위에 두고 잠드세요. 잠드세요, 나의 귀여운 이여, 잠드세요.
당신은 당신의 고향, 당신의 집에 있습니다.
반면에 나는 깨어 있을 것입니다. 나는 홀로 깨어 있을 것입니다.
나는 아침이 올 때까지 나의 천사를 지키고 있을 것입니다.
나는 아침이 올 때까지 나의 천사를 지키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4] 1923년 12월 3일
나는 나의 귀여운 이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왜 그녀를 사랑하는지는 모릅니다. 나는 알고 쉽지 않습니다.
내가 그녀를 사랑한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합니다. 내가 영혼으로, 마음으로 그녀를 사랑한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합니다.
내가 슬프고, 외롭고, 고독할 때, 또는 내가 행복하고, 즐겁고, 경이로움으로 가득차 있을 때, 내 머리를 그녀의 어깨 위에 뉘어 쉬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녀와 함께 나란히 걸으며 산꼭대기까지 오르고, 이따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당신은 나의 동반자입니다. 당신은 나의 동반자입니다."
[5] 1924년 2월 26일
나는 눈을 사랑합니다.
나는 그 하얀 것을 사랑합니다. 나는 눈이 내리는 것을, 그리고 그 깊은 침묵을 사랑합니다.
이름 없는 머나먼 계곡의 심장에 내리는 눈을 사랑합니다.
그 곳에서는 눈송이들이 햇빛 속에서 나풀거리며 반짝입니다. 그리고는 녹아서 그네들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조용히 흘러갑니다.
나는 눈과 불을 사랑합니다. 눈과 불은 모두 같은 근원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향한 나의 사랑은 보다 강한 사랑, 보다 넓고 보다 고귀한 사랑을 위한 준비이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