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
국내에서 시집 형태로 출판되어 베스트셀러(혹은 스테디셀러)로 널리 알려진 이 책은, 원래 의미의 시집이라기 보다는 선집(選集), 즉 다시 말하면 칼릴 지브란의 개별 작품이 아니라 여러 곳(일기나 서간문, 작품 등)에서 발췌하여 엮은 것입니다. 엮은이에 의하면 이 책은 “칼릴 지브란과 메리 헤스켈의 편지(Love Letter)와 함께 칼릴 지브란의 대표적인 몇몇 작품에서 발췌하여 엮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책 뒷표지의 “Quotations From The Love Letters Of Kahlil Gibran And Mary Haskell”이 이를 뒷받침 해준다고 하겠습니다.
여기서 내용을 인용한 이 책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는 진선출판사에서 출판(1988년 5월 27일 1판 1쇄, 정은하 엮음)하였습니다. 2003년 12월에 양장 형태의 새판이 출판되기도 했습니다. 책 내용 중 편지글을 시(詩)처럼 배열한 것이 독특합니다. 후속작으로 『사랑은 자유하는 삶입니다』(정은하 옮김, 진선출판사, 1990년 5월)가 있으나, 절판된 것 같습니다. 또한 내용이 비슷한 『들리지 않는 가락이 고요 속에 있습니다』(정희수 엮음, 을지출판사)가 있는데, 상호 중복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이 책도 절판된 상태입니다.
참고적으로 메리 헤스켈은 칼릴 지브란과 특별한 관계라고 할 수 있는데요, 좀 더 자세한 사항은 관련 메뉴 “칼릴 지브란의 삶과 여성” 메뉴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내용 보기
[1]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
그 뒤에 숨어있는
보이지 않는
위대함에
견주어 보면
1922년 4월 28일 칼릴 지브란
Demonstration of love are small,
compared with the great thing that is back of them.
(Khalil Gibran from Mary Haskell’s Journal. April, 28, 1922.)
[2]
나는 당신의 행복을
소중히 합니다.
그대가 나의 행복을
소중히 하듯.
나에게 평화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대가 없이는.
1923년 5월 27일 칼릴 지브란
[3]
내가 만약 어떤 이의 마음속에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 수 있다면,
그에게 나의 삶은 결코 헛되지
않은 것입니다.
인생 그 자체는 하나의
실제일 뿐.
환희나 고통, 행복이나 불행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증오하는 것은 사랑하는 것과 같습니다.
적(敵)은 친구와 같습니다.
홀로 사는 삶을 사십시오.
바로 자신의 삶을.
그리하여 우리는 진정한
인류의 친구일 수 있습니다.
나는 나날이 거듭납니다.
내 나이 여든이 되어도
나는 여전히 변화의 모험을 계속할 것입니다.
과거에 내가 행한 일은
더 이상 내 관심사가 아닙니다.
그것은 과거일 따름입니다.
나에게는
껴안을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 삶의 한가운데.
1912년 12월 25일 칼릴 지브란
[4]
그대
어깨에 놓인
인생의 손이 무겁고
밤이 無味할 때,
바로
사랑과 믿음을 위한
시간입니다.
그대는 알고 계십니까?
얼마나 삶의 무게가 덜어지는지,
얼마나 우리의 밤이 즐거워지는지,
모든 것을 믿고
또
사랑할 때면,
1916년 12월 19일 칼릴 지브란
[5]
그대의 행복 안에
나,
지극히 행복합니다.
그대에게 행복은
일종의 자유,
내가 아는 모든 이들 중에서
그대는 가장 자유로운 사람입니다.
이 행복과 자유는
그대 스스로 얻어낸 것.
생이 그대에게 늘
감미롭고 친절하기만 했을 리 없거늘,
그대야말로
그대의 삶에
그토록 부드럽고 다정했던 까닭에.
1923년 1월 24일 칼릴 지브란
[6]
그대와 나의 관계는
내 삶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다른 어떤 이의
삶을 통해 보아도
더 이상 아름다운 관계를
나는 알지 못합니다.
그것은 영원한 것입니다.
1922년 9월 11일 칼릴 지브란
[7]
그 깊은 떨림
그 벅찬 깨달음.
그토록 익숙하고
그토록 가까운 느낌.
그대를 처음 본 순간
시작되었습니다.
지금것 그날의 떨림은
생생합니다.
단지, 천 배나 더 깊고
천 배나 더 애틋해 졌을 뿐.
나는 그대를 영원까지 사랑하겠습니다.
이 육신을 타고나 그대를 만나기
훨씬 전부터
나는 그대를 사랑하고 있었나 봅니다.
그대를 처음 본 순간 그것을 알아 버렸습니다.
운명.
우리 둘은 이처럼 하나이며
그 무엇도 우리를 갈라 놓을 수는 없습니다.
1922년 3월 12일 칼릴 지브란
[8]
그대여,
무엇보다도 멋진 일은
그대와 나,
늘 손에 손을 잡고 거닐고 있다는 것.
他人들이 알지 못하는
경이롭고도 아름다운 세계 속을.
우리는 둘 다 손잡지 않은 다른 한 손을 뻗어
그 손을 통해 삶을 빨아들입니다.
- 삶은 이만큼이나 넉넉한 것입니다.
1912년 10월 22일 칼릴 지브란
[9]
어느 거대한 낯선 도시에
들어서게 되면,
나는 낯선 방에서의 잠,
낯선 곳에서의 식사를
사랑합니다.
이름 모를 거리를
거닐며
스쳐가는
모르는 이들을
바라보는 것을 사랑합니다.
나는
즐거이
외로운 나그네이고자 합니다.
1911년 5월 16일 칼릴 지브란
[10]
사랑하는 이여,
우리들 모두는
어딘가 쉴 곳이
있어야만 합니다.
내 영혼이 쉴 자리는
아름다운 작은 숲 --
그대에 대한 나의
이해가 사는 그곳입니다.
1908년 11월 8일 칼릴 지브란
[11]
두 사람이 만날 때는
물가에 나란히 핀 백합과 같아야 합니다.
봉오리를 오무리지 않은 채,
금빛 수술을 온통 드러내 비추어내는
호수를, 나무를, 하늘을 비추어내는
두 송이의 백합처럼.
닫힌 마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내가 당신에게 다가갔을 때
우리는 몇 시간이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대의 시간을
그토록 오래 차지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나는 당신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대에게
드리는 것이 거짓 없는
'나 자신'이 아니면 결코 안됩니다.
1920년 9월 10일 메리 해스켈
[12]
당신께서 무엇이 되시건
저는 실망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어떻게 되어야만,
혹은 무엇을 하여야만 한다는
편견 어린 욕심이 제겐 없습니다.
당신의 모습을 미리 헤아려 보고픈 바람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저, 당신 그대로의 모습을 발견할 뿐.
당신이 저를 실망시킬 리 없는 까닭입니다.
1912년 11월 23일 메리 해스켈
[13]
모든 이에게 있어
神에 대한 생각은
서로 같지 아니합니다.
아무도 他人에게
자신의 종교를 강요할 수 없습니다.
1920년 9월 14일 메리 해스켈
[14]
"그의 문체는 좋아하지만
그의 사상은 좋아하지 않아"
라고 말할 때,
우리는 무심코
자기 모순에 빠지고 맙니다.
문체와 사상은
하나인 것입니다.
1912년 6월 2일 메리 해스켈
[15]
모든 예술 작품은
거울에 비추기 위해
만든 물건과 같습니다.
더욱이
그 거울은
우리네 동료 인간입니다.
1912년 12월 14일 메리 해스켈
[16]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당신에 대해 가졌던
모든 근심은,
내 안에 살고 있는
치졸함과 두려움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1912년 6월 12일 메리 해스켈
◉ 권태현의 베스트셀러 이야기 - 글/권태현(소설가/시인)
칼릴 지브란과 메리 헤스켈이 주고받은 편지 모음집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
색다른 편집으로 꾸며 2년 동안 베스트셀러로
번역서의 경우, 외국에서 발간된 한 권의 책을 송두리째 우리말로 옮겨서 펴내는 것이 보통이다. 즉 이미 간행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번역해서 그대로 묶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칼릴 지브란과 메리 해스켈의 영혼의 속삭임'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는 번역서이면서도 전혀 다르게 편집돼 화제가 된 책이다.
이 책은 우선 칼릴 지브란과 메리 해스켈이 주고받은 편지 모음집을 텍스트로 해서 번역됐다. 그리고 이 내용과 어울리는 부분을 이미 발간된 칼릴 지브란의 다른 여러 책에서 발췌하여 함께 묶은 것. 말하자면 칼릴 지브란이 이미 낸 책의 선집 형태가 된 셈이다.
이런 형태로 책을 내게 된 이유는, 칼릴 지브란의 책 중에는 좋은 구절이 무척 많아 이것을 한곳에 묶어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편집자의 설명. 그래서 칼릴 지브란의 모든 저서를 샅샅이 뒤져 좋은 구절만을 골라내고, 이 가운데서 원래 텍스트로 삼은 책과 유사한 부분의 내용을 번역했다고 한다.
이 책의 초판이 발간된 것은 지난 88년 6월. 발간되자마자 서점가에서는 재주문이 쇄도했고 금세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 그리고 그 반응은 꾸준해서 2년이 지난 후에도 한참 동안이나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켰다. 2년 동안 팔린 부수는 모두 20만부.
이 책이 이렇듯 많이 팔린 이유는 칼릴 지브란의 고정독자가 많고 또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소문을 냈기 때문. 70년대 후반부터 칼릴 지브란의 저서는 다투어 출간되고 팔린 부수 또한 엄청났는데, 그 영향이 이 책의 판매를 부채질했다는 것이 출판 전문가의 분석이다.
책이 많이 팔리자 출판사에서는 독자층 조사에 나섰는데, 70%가 여성들이며 60% 이상이 20대 전후의 젊은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베스트셀러와 마찬가지로 젊은 여성 독자들에게 인기있는 책이어야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사실을 또 한번 입증한 것이다. (끝)
※ 글쓴이 소개 : 권태현(소설가/시인)은 1958년 대구에서 태어나 1983년 “국시” 1집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1985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었습니다. 그후 잡지사 기자, 출판기획자로 일하며 시와 소설을 발표해왔습니다. 저서로는 해학소설집 『바보들의 농담』 등이 있습니다.
※ 참고사항 : 위 인용글 “권태현의 베스트셀러 이야기”는 원본글 게시 사이트의 주소가 삭제되어 출처를 알기가 어렵습니다.